남대와 영미는 결혼 2년차 부부입니다. 귀여운 아기와 성실한 남편, 겉으로 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커플이지만 연애시절의 달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남편과의 잠자리에서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영미는 은근슬쩍 처녀 시절 남자 이야기를 꺼내보지만 남대는 질투는 커녕 오히려 영미에게 그 친구의 안부를 묻습니다. 만성이 되어버린 불감증을 이겨보기 위해 영미는 연애시절 처음으로 잠자리를 같이 했던 여관에서 옛 기억을 되살려보자고 합니다. 영미의 성화에 못이겨 따라나선 남대, 처음엔 삐걱거리지만 제법 옛날 기분을 되살려냅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 남대의 어이없는 한마디에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영미는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결혼 2주년 기념일, 남대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출근을 하고 영미에게 근사한 저녁을 먹자고 약속을 합니다. 그렇지만 영미는 집으로 찾아온 시아버지에게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두 사람은 이혼을 합니다. 시간이 흘러 2년 후, 처녀시절의 꿈이었던 교사가 된 영미와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는 남대가 다시 만납니다. 여전히 삐걱거리긴 하지만 둘은 위태위태하게 데이트를 해나가고 하룻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달려라 장미>는 권태기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만나서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이 결혼 2년만에 서로에게 지루함을 느끼고 이혼을 합니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느니,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이 지속되느니 하는 말들이 있지만 결혼을 하고 부부생활을 하던 두 사람에게는 2년이라는 시간이 꽤나 길어보입니다. 연애시절의 다정다감함이나 섬세함은 눈을 씻고 둘러봐도 찾을 수 없는 남편과의 관계를 예전으로 돌이켜 보기 위해 처음 잠자리를 같이 한 모텔로 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맘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혼을 하고 2년이 지났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속내를 알기 위해 조심스런 탐색을 합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동안 꿈꿔왔던 감독이 되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남대의 모습은 한편으론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그 속은 여전히 그 밥에 그 나물입니다. 처녀시절 하고 싶었던 교사가 된 영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할 이야기가 있어서 남대를 만났지만 하고 싶다던 그 이야기는 고작 자신이 쓰던 장롱을 돌려달라는 말입니다.
그동안 살았던 정 때문일까요? 두 사람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하루를 같이 보냅니다. 남대가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영화사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미는 남대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두 사람의 주례를 섰던 선생님의 영안실에선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이혼을 했다고 허풍을 떱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엉뚱한 상황과 마주치면서 두 사람은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2년이나 같이 살았으면서도 영미는 남대의 왼쪽 귀가 안 들린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남대 역시 2년이나 쭉쭉 빨아댔으면서도 영미의 귀 밑에 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혼한 지 2년이 지난 남대와 영미가 다시 결합할 수 있을까요? 하루종일 같이 지내면서 그동안 몰랐던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실망도 하면서 말입니다. 하룻동안 두 사람을 따라다녀보지만 쉽게 답을 내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연애와 결혼은 정말 뭔가 다른 게 있는 걸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남대의 모습을 보면서 크게 웃었지만 왠지 뒤통수가 가려웠습니다. 남대의 모습이나 영미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죠. 과연 남대와 영미가 영영 다시 만나지 않고 살아갈지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