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한 기억도, 엄마가 살던 곳에 대한 기억도 남아있지 않은 퍼시는 뉴올리언스를 떠나려고 하지만 그녀의 엄마, 왕년에 잘 나가던 가수 로레인이 자신과 이상한 알코올중독자들에게 집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곳에 머무르게 됩니다. 한적한 시골마을, 퍼시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그녀와 그녀의 엄마 로레인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 누구도 로레인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을사람들은 퍼시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눈치고, 같이 살게 된 이상한 알코올중독자들 바비 롱과 로슨 역시 그녀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처음엔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세 사람은 차차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바비 롱과 로슨은 퍼시에게 학교 공부를 가르치고 그녀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도록 도와줍니다. 그렇지만 바비 롱과 로슨은 여전히 술에 찌든 날들을 보내고, 바비 롱은 로슨이 자기를 떠날까봐 불안해합니다.

<러브 송 포 바비 롱(A Love Song For Bobby Long)>은 뉴올리언스의 빛바랜 풍경과 함께 시작됩니다. 조금은 촌스럽고, 어딘지 모르게 뒤쳐진 느낌이 드는 곳에서 사람들은 술과 지난 기억을 먹고 마시며 살아갑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사랑했던 가수 로레인이 죽자 사람들은 상심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불쑥 찾아온 그녀의 딸, 퍼시를 친 가족처럼 대해줍니다. 그렇지만 누구도 퍼시의 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로레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녀의 집에는 한 때 잘 나갔던 대학교수 바비 롱과 그의 조교였던 로슨이 술에 찌들어서 살고 있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습니다. 9년이라는 세월동안 이미 그들은 마을의 한 구성원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로슨이 자신을 버리고 떠날까봐 두려워하던 밤, 결국 로슨은 다시 바비 롱에게 돌아오고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자신과 바비 롱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로레인의 동네로 오게 됐는지를 말해줍니다. 이제 좀 더 가까워진 세 사람 앞에 퍼시의 예전 남자친구가 나타나고, 그동안 바비 롱과 로슨이 숨기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퍼시는 배신감을 느낍니다.

영화를 볼 때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러브 송 포 바비 롱>을 볼 때는 잔잔하게 흐르는 바비 롱의 기타와 노랫소리가 정말 맘에 듭니다.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의 풍광을 배경으로 흐르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한 때 잘 나갔지만 이제는 완전히 망가진 모습을 연기하는 존 트라볼타를 보는 것도 좋습니다.

거기에다 여전히 소녀인지 여인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스칼렛 요한슨은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한껏 보여줍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그녀에게서 죽은 로레인의 모습을 보게 되고, 바비 롱과 로슨 역시 그녀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결국 모든 비밀이 밝혀지게 되고, 영화는 바비 롱을 위한 연가(戀歌)와 함께 끝이 납니다. 짐작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는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렇지만 조금은 슬프게 흘러갑니다. 어쩌면 뉴올리언스의 풍광이 영화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러브 송 포 바비 롱>은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소설 같은 영화입니다. 마치 로슨이 써내려간 ‘A Love Song For Bobby Long'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