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밀매상 유리 오를로프는 작은 거래부터 시작에 점점 자신의 수완을 발휘해 나갑니다. 1992년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에 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무기가 유리의 손을 통해 전 세계로 팔려나가게 됩니다. 유리는 전쟁의 제왕(Lord of War)이라고 불리며 독보적인 위력을 떨칩니다. 전 세계의 전쟁 중 열에 여덟은 유리의 손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무기밀매상으로 독보적인 존재가 됩니다. 그는 자신의 별명에 걸맞게 금액만 맞는다면 독재자, 전쟁광, 학살자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무기를 팔아넘깁니다.

유리와 함께 일을 하던 동생 비탈리는 자신이 판 총에 맞아 죽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무기밀매에서 손을 떼지만 마약중독자가 됩니다. 유리는 자신이 꿈에 그리던 모델 에바 폰테인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립니다. 에바는 유리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짐작하지만 감히 그에게 무슨 일인지 묻지는 못합니다. 그러던 중 유리를 쫓던 인터폴 요원 잭이 에바에게 유리의 정체를 말하고 유리는 에바를 위해 무기밀매상을 포기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운명을 거부할 수 없었던 유리는 에바 몰래 마지막 거래를 하기 위해 동생과 함께 아프리카로 향하고, 위험한 거래를 시작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로드 오브 워>의 주인공 유리 오를로프는 실존하는 무기밀매상 다섯 명을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합니다. 전 세계의 전쟁터를 누비며 무기를 파는 비즈니스맨, 유리는 자신의 직업이 자동차를 파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물건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고,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위험도 감수하는 것, 그야말로 철저한 비즈니스맨의 모습입니다.

자신이 판 총에 맞아 죽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총을 쏘는 사람들은 그럴 자격이나 권리가 있는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총을 팔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총을 팔면서도 정작 자신은 절대 손에 총을 들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유리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유리에게 무기를 사는 사람들의 명분은 다양합니다.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 평화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그렇지만 명분이 화려할수록 더 악랄하고 잔인한 게 현실입니다.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 총을 든 사람들은 타인의 자유를 짓밟고, 평화를 위해 총을 든 사람들은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총구를 들이댑니다. 모두를 위해서 무기를 구입한 사람들은 자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응징을 가합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유리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깨닫습니다.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동생을 잃고, 아내와 아이가 자신을 떠나가도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무기를 팔아야 하고, 지옥 같은 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어쩌면 전쟁의 제왕이라는 그 역시 더 거대한 무언가의 하수인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지구의 어느 곳에선 총성이 울리고 있고, 그런 곳을 찾아다니는 무기밀매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지만 무기를 제일 많이 파는 나라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자막을 보면서 과연 누가 진짜 전쟁의 제왕인지, 그리고 악의 화신인지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