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발회사의 디자이너인 드류가 8년 동안 공들여 만든 신발이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게 되고 그 일로 드류는 해고를 당합니다. 드류는 그 일로 상심해서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아버지의 고향에서 시신을 모셔오고 난 후로 자살을 미룬 드류는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아버지의 고향 엘리자베스타운으로 향합니다. 켄터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드류는 친절한 스튜어디스 클레어를 만나게 됩니다. 클레어는 실의에 빠진 드류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줍니다.

아버지의 고향 엘리자베스타운에 도착한 드류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친척들의 따뜻한 대접을 받게 됩니다. 아버지 고향의 사람들은 아들인 자신보다도 아버지를 잘 알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드류는 아버지의 시신을 엘리자베스타운에 묻어야 할지, 어머니의 소원대로 화장을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떠들썩한 친척들의 환대와 아버지에 대한 추억, 그리고 자신의 처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드류는 클레어와 통화를 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드류는 인생의 실패자라는 생각 때문에 클레어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시작도 하기 전에 그녀를 밀어냅니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엘리자베스타운>은 끝과 함께 시작해 시작과 함께 끝나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드류가 자살을 하려는 순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모든 것이 끝났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죽음 덕분에 드류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아버지가 얼마나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아버지를 사랑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실패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게 끝났다고 믿었던 드류는 엘리자베스타운에서 친척들을 만나고 클레어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드류 아버지의 장례식은 그를 사랑했던 엘리자베스타운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마치 축제처럼 치르게 됩니다. 아버지의 일가친척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드류의 어머니도 장례식에 참석하고 그 자리에서 그동안의 묵은 감정들을 모두 씻어버리게 됩니다. 엘리자베스타운 사람들의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방식은 그 어떤 축제보다도 즐겁고 따뜻한 모습입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은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는 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몰랐던, 실패를 두려워하던 드류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영화의 백미는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드류가 클레어가 만들어준 지도를 따라 켄터키에서 오레곤으로 향하는 여행 장면입니다. 클레어가 녹음해준 노래를 들으면서 유명한 장소를 둘러보는 동안 드류는 아버지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자신의 실패와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드류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삶이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끝과 함께 시작한 영화는 그렇게 시작과 함께 끝을 맺습니다.

엘리자베스타운 사람들이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장례식 풍경이 우리와는 너무도 달라서 많이 낯선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을 추억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면서 누군가를 떠나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그 이별이 헤어짐이 아니라 다른 만남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