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길 바라지만 어쩌면, 정작 자신 스스로 벽을 쌓고 다른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주 조금씩 자신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LA에서 성인전용 마사지 샵을 운영하고 있는 써니는 성공을 위해 매진하지만 외로움에 지쳐있습니다. 샵의 경비원인 랜디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써니는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가끔씩 만나 잠자리를 같이 할 뿐, 더 이상의 관계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오래 전에 헤어진 연인이 살고 있는 LA로 무작정 찾아온 지석은 써니가 살고 있는 집의 2층을 빌립니다. 낮에는 비디오가게에서 일하고 밤이면 바에 가서 앨리스를 만나 술을 마시는 게 그의 생활입니다. 지석은 헤어진 연인을 다시 찾겠다는 생각도, 지금 만나고 있는 앨리스와의 관계를 발전시켜볼 마음도 없습니다.

지석의 옛 연인인 영신은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지만 밤이면 교포방송국에서 헬렌 정이라는 가명으로 러브토크라는 심야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의 애정문제를 해결해주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합니다. 자상한 유부남 선배와의 만남에도 지쳐가던 그녀, 우연히 헤어진 연인 지석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 <러브토크>는 낯선 땅, LA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돈 때문에 미국에 간 써니, 그녀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지석, 그리고 지석의 옛 애인 영신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만나게 되고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세 사람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 상처 때문에 여전히 아파합니다.

잠자리를 같이 하는 랜디에게 조차 마음을 열지 않던 써니는 러브토크의 헬렌에게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 보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상담해줬지만 정작 자신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던 헬렌은 써니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 보인 적이 있냐는 써니의 물음에 헬렌은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미국으로 떠나는 영신을 잡지 못했던 지석은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 LA로 무작정 향합니다. 어쩌면 한 번쯤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정말로 우연히 영신을 만나게 되고 그동안 잊고 있었다고 믿었던 감정들이 되살아납니다. 그렇지만 지석에게는 이미 오래전에 잡지 못했던 영신을 다시 잡을 용기가 없습니다. 그저 영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그녀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그녀에게 그동안 자기 생각을 했느냐고 묻는 게 전부입니다.

써니의 집에서 파티가 있던 날, 세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상처는 이전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상처인지도 모릅니다. 남자들의 몸을 만져서 돈을 버는 써니의 동료들에게 영신은 돈 많고 잘난 유학생으로 보일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그녀들에게는 마음을 열고 받아준 사람이 있다는 말에 영신은 자신이야말로 가장 비참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래 전, 미국으로 떠나올 때 잡아주길 바랐지만 그녀를 잡지 않았고 다시 만났지만 여전히 자신을 잡을 용기가 없는 지석을 보면서 영신은 달라질 게 없다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파티가 끝나고, 세 사람은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납니다. 그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상처가 남아있겠지만 더 이상 마음의 문을 닫아걸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써니와 지석, 그리고 영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