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드무비>는 사랑에 관한, 그렇지만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 아니라 헤어짐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수은을 구해준 소방관 진우는 수은의 언니인 수정과 연인이 됩니다. 방송국에서 수화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수정은 잠을 자다가도 소방차 사이렌 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청각장애인인 수은은 화재로 생긴 얼굴흉터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매일 얼굴에 인형가면을 쓰고 일하는 그녀는 눈앞에 놀이공원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상규를 보게 됩니다. 수은은 상규 때문에 가슴이 설레지만 자신의 장애와 흉터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상규는 커다란 인형가면 너머의 수은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가난한 백수인 하석은 스파링 파트너로 번 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만난 지 3년째인 연인 숙현은 할인매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와 3년이 넘도록 달라지지 않은 하석을 보고 이별을 결심합니다. 숙현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하석은 다른 사람들의 이별을 도와주는 이별대행이라는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숙현과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린 휘찬은 일 때문에 매일 바쁘던 엄마 주영이 병원에 입원하자 보고 싶던 엄마를 매일 볼 수 있다며 좋아합니다. 별 일 아닌 줄 알았던 주영의 상태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알게 된 휘찬은 엄마가 바빠서 자신과 놀아줄 수 없어도 좋으니까 이제 그만 엄마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주영의 상태는 날로 나빠지고 휘찬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사랑하던 사람들, 혹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별은 갑작스레 찾아옵니다.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남자 진우는 정작 자신을 구원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수정에게 제대로 된 프러포즈조차 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구원해달라고 수정에게 말하지만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수은은 얼굴의 흉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지 못하다 용기를 내서 상규에게 다가섭니다. 그렇지만 상규가 떠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상규에게 다가섰는지도 모릅니다. 숙현은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서,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불안 때문에 하석에게 이별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부터 하석은 달라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주영은 자신이 휘찬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 깨닫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린 휘찬도 엄마의 숨겨진 일기를 보고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되지만 휘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갑작스레 이별이 찾아온 후에야 사람들은 깨닫게 됩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 그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말입니다. 어떤 모습으로 사랑을 하고 서로를 얼마나 아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별과 함께 그 모든 것들은 돌이키고 싶은 추억으로만 남게 됩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을 했었는지를 깨닫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립니다.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매 순간을 소중하게 살아야하겠지요. 결국 어느 순간 이별이 찾아오면 지금 이 순간이 아프도록 그리울 테니까요.